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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는 왜 물어보세요?

푸딩러 2020. 9. 6. 15:13

일본인 남편에겐 낯선 한국의 줄세우기

 

결혼하기 전 일본인 남편을 친한 대학 선배 두 명에게 소개했을 때다.

 

음식점에서 만나 모두가 모였을 때 처음 입을 연 건 선배 J였다.

 

"근데 여기 시바타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한국 나이로 서른입니다. J 씨는요?"

"아, 내가 한 살 위네. 전 서른하나요."

 

나는 옆에서 여느 모임에서든 첫 만남에서 으레 하는 대화지, 하며 듣고 있었다.

나이를 묻고 서로 순서를 파악하는 게 제일 우선이지. 암, 암.

 

"그런데 신기하네요. 한국 분들은 꼭 처음 만날 때 나이를 물어보시던데. 나이는 왜 물어보시는 걸까요?"

 

나도, 선배들도 잠깐 벙 쪘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없었다.

어느 모임에서도 집단에서도 나이순으로 줄 세우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사적인 모임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보다는 직급을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평소에 일할 때 팀원들의 나이로 누가 나보다 위고 누가 나랑 몇 살 차이인지 신경 쓴 적은 거의 없다.

 

점심시간 때 팀장님들이 직접 ‘나이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번에 몸소 그걸 느낀 일화도 있다.

 

같은 팀에 50대 중반의 아주머니 아르바이트 사원 S상, 그리고 30대 중반의 여자 매니저 E상이 있었다.

 

S상 입장에서는 E상이 딸 나이 때로 어리고 사근사근하니 가끔 반말을 쓰며 친근감 있게 대했다.

 

그걸 본 다른 팀원들은 수군거리다 E상에게 '좋지 않은 언행'이라고 얘기했고, E상도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S상을 따로 불러 면담을 했다. 아마 그 자리에서 언행에 대해 지적을 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 뒤 S상은 거리감을 두고 아주 깍듯이 E상을 대했다.

 

회사에는 친구 만들러 온 거 아니다는 얘기 많이 하지만, 그래도 엄마뻘인 S상이 E상에게 따로 불려 가 언행으로 지적받은 건, 뭘까? 나에겐 조금 충격적인 일이었다. 다른 팀원들이 그걸로 수군댈 때도 굳이 수군거릴 정도의 언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이동하게 된 채용 팀에서 나한테 인수인계를 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같은 직급이지만 그분은 다른 팀으로 이동을 하게 돼서 내가 그분 포지션을 맡는 것이다.

 

친절하시고 항상 너무 깍듯하게 대해주시니 나로서는 불편함이 없잖아 있는데,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정보로는 이 분이 나보다 20살 넘게 연상이라는 점.

 

거의 우리 엄마 뻘인 셈인데 이런 베테랑인 분의 포지션을 내가 잇는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나이보다 직급을 더 치는 사내 문화를 생각하면 20살 연상이지만 같은 직급이니, 결국 나랑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셈.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인수인계에서 그분을 대하는 게 편하진 않다.

 

물론 회사다 보니 나이보다 직급(능력)이 우선시 되는 건 이해는 하지만 껄끄러움이 남아있다.

 

일본에서 생활에서 좋은 점은? 하고 묻는 질문에, 나이로 위아래 서열 따지는 문화가 없다는 점.이라고 대답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어디까지나 문화/관습이기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없지만, 한국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생활 속 문화가 재밌게 느껴진다.

 

참, 처음 얘기한 일본인 남편의 질문에 무어라 답했냐 물으신다면.

선배와 나는 마땅한 답변을 떠올리지 못해 위아래를 따지는 '한국의 유교문화'를 이유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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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 한국토종으로 일본 현지 외국계기업에서 인사담당자(HR)로 근무중인 회사원입니다. 외국인의 시선, 인사담당자의 시선으로 보통의 일본생활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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