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연재글

8월 끝자락의 일본

푸딩러 2020. 9. 15. 22:35

코로나와 함께 보내는 여름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여름에 약하고 겨울을 선호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에겐 들어맞는 말이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게 8월은 견디는 한 달이다. 특히 올해는 더 그랬다.

한국 고향집에 못 가니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웠고, 1년 넘게 준비한 결혼식은 무기한 연기되고, 준비하고 발송했던 청첩장이나 드레스는 모두 위약금을 내고 취소했다. 

 

번거로운 일은 많이 발생하는데 나를 힐링해주는 한국 음식조차 쉽게 먹을 수 없으니, 8월 한 달 내내 맵고 자극적인 맛의 음식만 찾아다니며 음식에 돈만 펑펑 썼다. 엥겔 지수가 끝없이 올라갔다.

 

못해도 매주 한 편씩 쓰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브런치는 한 달간 방치상태였다. 이거 써야지, 저거 써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8월 끝물이 되었다. 

 

정신없이 달려와서 골인해보니 손에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근데 몸과 마음은 피곤했던, 그런 한 달이었다.

 

브런치에 가장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코로나 속 일본 생활이었다. 곧 8월이 끝나지만 이번 한 달간 느꼈던, 그리고 겪었던 일본에서의 일상을 간단하게 써보겠다.

 

#코로나_현재 진행형

전 세계가 코로나와 아직 싸우고 있듯, 일본도 다를 거 하나 없다. 다른 점은 일본은 싸우진 않고 그냥 손 놓고 앉아서 보고 있다. 한국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기간별로 실천하거나 확진자 경로를 파악해서 감염 의심자를 찾아내거나, 이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고 있는 걸까?) 

하루 몇 백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놀라진 않는다. 매일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다들 둔감해진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몇 백명의 확진자를 발표하기에 일본은 코로나가 그리 심하지 않다고 보는 주변 한국 지인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마스크 꼭 하고, 손 씻고, 외출 자제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회사 권장_재택근무

4월부터 회사는 아직도 재택근무 권장 중이다. 나는 7월에 팀 이동이 있어서 7월부터 일도 익힐 겸 일주일에 2~3번은 출근하고 있다. 출퇴근 지하철 사람 붐비는 건 변함없고, 달라진 점은 오사카 역에서 환승할 때 관광객과 마주치지 않는다는 점뿐. 인바운드 관광객이 없는 오사카는 한적하다.

 (예전엔 한국인 관광객 정말 많았는데. 간간히 들리던 한국어들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재택근무를 권장하지만, 차장, 부장 정도의 직급인 사람들은 거의 매일 출근한다. 확실히 출근하면 대면으로 일 진행이 가능하고 그만큼 스피드가 빨라서 좋긴 한데 출퇴근, 사무실, 회의실 등 곳곳에서 감염 리스크가 있다 보니 꺼려지는 건 사실이다.

 

#체감 경기_아직 안 좋음

회사 업종에 따라 복불복이지만, 우리 회사는 아주 크게 타격을 입었다. 신입, 경력직, 아르바이트 모두 채용을 멈춘 상태이다. (일부만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 등 물류 업계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 요즘 티브이 켜면 아마존 채용 광고가 계속 나온다. 

전화위복?이라 할 것까진 아니지만, 이 기회에 업무 효율화, 경비/예산 재검토 등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이후의 채용 시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계속되며 상승 곡선, 하강 곡선도 딱히 그리지 않은, 지극히 평평한 일직선과 같은 한 달이었다.

 

9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위해서라도 꼭 글을 쓰겠다고 다짐해본다. 메마른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글쓰기의 기쁨이라도 놓지 말고 소중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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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 한국토종으로 일본 현지 외국계기업에서 인사담당자(HR)로 근무중인 회사원입니다. 외국인의 시선, 인사담당자의 시선으로 보통의 일본생활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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