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연재글

일본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본어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푸딩러 2020. 6. 9. 10:59

일본 취업이 호황이라는데.. 그렇담 나도?

그런데 일본어 아예 못하는데.. 가능성 있을까? 어느 정도 일본어를 해야 합격하고도 문제 없이 일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일본 회사에서 인사 채용담당자로 일하며 느끼는 솔직한 의견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원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로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일본어'는 일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빈손으로 일을 찾으러 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예외적으로, IT엔지니어 쪽이라면 기술이 있기에 일본어 실력 무관, 채용 후 회사에서 직접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또한 가끔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서 영어 실력이 있다면 일본어 실력 무관,으로 채용하는 공고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JLPT1급~2급의 레벨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한다.

 

면접까지는 보통 면접관도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평가하기에, 지원 자격에 충족하는 자격증이 있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일본어 실력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

 

안심하시라.

 

 

하지만 그 뒤는?  내정을 받은 뒤는 어떨까? 

지금부터는 내가 내정을 받은 뒤 일본 회사 생활을 하며 비즈니스 일본어를 공부했던 방법에 대해, 몇 가지 공유해보려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해 본 방법/경험들이기에 개인차는 물론 존재한다. 그리고 여느 부지런하고 성실한 내정자들과 다르게 게으른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시라. 

 

 

나는 JLPT1급 자격증을 가지고 지원을 했지만, 100% 공부하고 합격한 게 아니라 운으로 합격한거여서 일본어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면접을 볼 때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영어를 섞어 가며 답변했고, 내정을 받았을 때도 비즈니스일본어를 구사해야한다는 생각에 덜컥 불안감이 엄습했었다. 

 

동기 중 다른 외국인 사원인,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구가 내 일본어를 듣고 "입사 전에  공부 좀 해야겠다"며 팩트를 던지며 내 뼈를 때렸다. 그 때 들었던 피드백은 지금 회상해도 충격적이고 부끄럽기까지하다. 내 성격상 미리 준비하기 보다는 실전에 부딪히는 타입이었기에 (한마디로 게으르다) 결국 무방비 상태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워너비 회사에 이직도 했고, 이직을 위해 준비한 이력서/직무경력서 등의 서류는 누구의 도움없이 내가 스스로 준비했으며 면접, 비즈니스 메일 전화, 회의 등의 일도 문제 없이 처리 가능하다. 자기소개를 하지 않으면 내가 토종 한국인이라는 건 회사사람들도 모른다. 특히 비즈니스 메일은 포맷이 깔끔하고 내용이 알기 쉽다는 칭찬도 자주 받으니, 늦게 공부한 셈치고는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게으른 사람의 공부법이기에 독자분들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화자찬을 조금 해봤다.

 

 

회사 아침 조례 주제

 

 

1. 한자 자격증 공부하기

지금 와서 고백하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입사당시 일본인 성 조차 읽을 수 없었다.

인사과 직원으로서 하루에 몇십통씩 지원서를 읽곤 했지만 지원자 '이름'조차 읽을 수 없었다.

간단한 야마다, 야마모토 밖에 몰랐다.

 

그래서 했던 공부는, 한자 공부다.

우선은 회사 생활 하며 자주 쓰는 한자를 추렸다.

'확인', '서류', '주소', '답장' 등 메일에 자주 나오는 기본적인 용어 , 그리고 우리 회사에 있는 사원들 '성'을 리스트로 뽑았다.

그리고 쓰기가 가능하도록 연습장을 만들었다. 한글 연습장처럼 점선으로 한자가 써져 있고 그 위에 따라 쓰는 형식. 30장 정도로 매일 아침 삼십분 일찍 출근해서 따라쓰기 연습을 했다.

 

한두달 정도 기본적인 단어를 익힌 뒤에는, 한자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일본에도 한자 자격증 검정 시험이 있다. 초등학생~ 일반인 레벨까지 다양해서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레벨의 시험을 목표로 공부했다. 공부만 하고 응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한자 자격증 수험서로 공부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2. 전화 일본어 매뉴얼 외우기

일본은 뭐다? 매뉴얼의 나라다!

특히 전화 응대는 신입사원의 기본의 기본. 비즈니스 매너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매너 교육을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전화 응대인만큼, 비즈니스 일본어를 배우기에도 좋은 재료다. 

 

'일본어로 전화 받기'는 나에게 무시무시한 두려움이었다. 인터넷에서 비즈니스 전화 응대 매뉴얼을 찾아서 다소 수정을 했다. 회사마다 응대법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리고 평소 귓동냥으로 들어온 표현 등을 추가해서 상황별 매뉴얼*을 작성해 매니저에게 첨삭을 부탁했다. 

 

*)담당자가 부재일 때, 모르는 내용일 때, 전화 전송이 필요할 때 등 상황별 작성

 

그리고 매뉴얼을 반복해서 외우고,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며칠간 인사과 앞으로 오는 전화는 내가 전부 응대했다. 사람의 성장 요소 중 7할이 경험을 통한 성장이라고 하는데. 직접 전화 응대를 하며 가장 많이 배웠다 생각한다.

 

 

3. 하루종일 티비 틀어놓기

매니저가 직접 추천해준 방법이었는데, 집에서 티비를 계속 틀어놓고 일본어에 무조건 노출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냥 틀어놓는 게 아니고, 자막을 ON으로 설정해서 틀어 놓는 것이 조건이었다.

일본 티비는 자막ON/OFF설정이 되어 모든 방송에서 자막을 켠 채로 볼 수 있다. 

 

자막을 켜서 드라마, 뉴스, 버라이어티 등을 보다보면 일본어가 들리기 시작할 거라는 것!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만 볼 생각으로 있었는데, 급히 야마다 전기(하이마트 같은 전자제품 체인점)에서 저렴한 티비를 하나 장만해서 보지 않아도 일단 틀어놓았다.

주말에 집에서 일본어를 쓰지 않는 상황에서도 티비를 보면 자연스레 일본어에 노출이 되었고 한자 읽는 법, 뉘앙스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자막이 없어도 귀가 뚫려서 일본어가 들리지만, 공부를 위해 아직도 티비를 볼 땐 자막을 켠 채로 본다.

 

 

 

베스트는 일본으로 가기 전에 한국에서 비즈니스 일본어를 배우는 걸지도 모른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에 일본어학원이나 코스를 이것저것 찾아보기는 했지만 결국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가격이 부담스러웠기도 했고 일본 가면 일본어 징하게 쓸 텐데 이왕이면 일본어공부말고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물론 게으름도 크게 한 몫 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가서 비즈니스 일본어를 공부해도 충분하다는 것. 모두 자신감을 가지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 쓴 글입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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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의 브런치

회사원 | 한국토종으로 일본 현지 외국계기업에서 인사담당자(HR)로 근무중인 회사원입니다. 외국인의 시선, 인사담당자의 시선으로 보통의 일본생활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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