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높은데엔 다아 이유가 있다. 그만큼 부려먹음.
특별한 기술 하나 없는 사무직 샐러리맨은 괴롭다.
<일본에서 일하는 회사원> 카테고리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찾아보니 입사 전이다.
(불안감은 개뿔.. 그냥 미친듯이 퍼질러 놀았어야했는데)
그리고 이 블로그에 글을 마지막으로 쓴 것도 유기견 임보 업데이트. 1월.
나는 무려 반년이나 블로그를 소홀히 했다!
혼잣말과 자기성찰, 잡생각 많음으로 대표되는 내가 블로그를 방치했다는 사실은. 모다?
회사생활이 크레이지했다는 거지.
딱 죽지 않을 정도만큼만 바빴다.
(아니근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과거형을 써도 되나?)
입사 초기에는 온보딩이기도 해서 "아 약간 좀 널널하네?"라고 생각했다.
예전 회사 상사들이나 임원들이 얼른 돌아오라고 매일같이 메시지가 왔었다. (자랑...맞음)
그래서 그냥 프리랜서처럼 예전 회사 일도 병행해볼까?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나는 그만큼 일에 여유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셋째달, 넷째달 정도..? 이건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면서 그냥 미친듯이 야근을 했다. 기본급에 포함되어 야근수당이 따로 없는 곳이라 일한만큼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야근하면 일 효율 나쁜 사람 취급임. (근데 이 생각은 나도 동의!)
정신차려보니 7월이고.
가끔 일하다가 눈물 나려고 할 때도 있고, 진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심한 피드백 받고 저녁에 혼자 울 때도 있었다.
사회초년생, 시골에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 회사에서 더 많이 우는 거 같애.
적어도 그땐 갓 대학 졸업해서 세상물정 몰라서 그냥 엄마아빠한테 전화해서 일본생활 힘들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하는 징징거림이었고, 맘만 먹으면 그냥 다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도 됐다.
근데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나는 벌써 세 번째 회사를 경험하고 있는 인사담당자다. 하기싫다고 그냥 홀라당 다 던져버리고 해외도피를 할 순 없는 것이다.
이 놈의 책임감과 어중간한 성실함이 항상 내 발목을 잡는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났고 태풍이 오네마네 하는 와중에 나는 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극소수를 제외하곤, 컬처가 좋고, 동료들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 심각한 표정 짓고 모니터 화면 보고 있으면 그냥 툭 가볍게 얘기걸어준다. "에이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고있어~", 일에 진전이 없어서 초조한 나에게 매니저는 "하나씩 차근차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면 되지요". 업무가 너무 바빠 위클리 미팅에 참석 못한 나를 걱정한 동료는 "일을 재밌게 해야지, 너무 무리말고! 일이 너의 웰빙을 깨뜨려선 안돼".
버거워하는 게 주위에도 티가 나긴나나보다.
재밌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데. 지금 나는 그렇게 일하고 있는지?
대답은 '아직은 아니오' 겠지. 감사한 점은 그런 나를 계속 이끌어주려고 하고 일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걸 옆에서 상기시켜주는 매니저와 동료들이다.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된다. 나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해서 행동해도 된다.
'내가 재밌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회사에서 움직여야지.
아 그리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는 나여도 회사/일과 구분되는 온전한 프라이빗한 시간도 갖기.
몸을 움직이는 운동도 좋지만, 내가 애정하는 티스토리. 할 말 없어도 꾸준히 일기 업뎃하고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는 인연들 찾아가기. 반년간 동면했으니 이젠 다시 기운 찾고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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