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기견 임보하기

첫 번째 강아지 임보를 마치며

푸딩러 2021. 11. 8. 17:47

오키나와의 번식 은퇴견 루스. 어제 오후 3시에 가족에게 정식 양도를 끝마쳤다.

솔직히 말한다.
10월31일 양도회가 끝나고 담당자분이 루스를 입양하고 싶다한 가족이 있었다고 말해줬을 때, 기쁘면서도 닥쳐올 헤어짐이 무서워서 눈물을 흘렸었다.

그 뒤로 일주일 정도,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담담하게 지냈다.
이렇게 블로그에 소개하는 글도 썼고 루스한테도 입버릇처럼 "곧 떠나게 될테니 같이 준비를 하자"고 말걸었었다.
뭐, 생각해보면 블로그에 임보 카테고리를 만든 건 루스가 큰 계기이긴하다. 헤어진 후 희미해질 기억들이 싫었고 키울 때의 감정, 헤어질 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기에 일부러 만들었다. 글로 감정을 담아내면 괜찮아질줄 알았다.

인생을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일본에 살게 되면서 이별 모멘트를 많이 경험한 축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한국에서도 물론 자잘한 이별은 많았다. 남자친구와의 이별, 이사하며 동네친구들과의 이별, 동아리를 졸업하며 하는 이별 등. 그리고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가족, 친구와 잠정적 이별을 겪었다. 첫 번째 회사, 두 번째 회사에서도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과 이별을 했다. 이별할 때마다 울렁거리듯 넘어오는 압축된 그 슬픔이라는 감정이 매번 싫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으면서도 마음 속에서 또 다른 내가 감정을 힘겹게 억누르고 있었다. 필사적인 그 작업은 매번 실패했고, 끝은 항상 나의 꺽꺽대는 울음 소리였다.

하지만 늘 이렇게 위로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반드시 있고, 이별이 있다면 또 만남은 있을 거라고. 인생은 미드처럼 시즌제 아니냐며. 시즌1이 끝났으니 시즌2가 시작되어야 한다며.

어제, 루스를 보낸 뒤의 내 감정 프로세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루스를 태우고 멀어져가는 차를 보면서, 그때까진 희미한 웃음으로 손 흔들었다. 아무리 내가 울음을 못 참는 사람이어도 담당자님 앞에서 울어버리면 담당자님이 곤란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건 루스에게 좋은 일이니까. 임시보호라는 명목으로 스쳐 지나가는 존재였던 내가 꺼이꺼이 우는 건 당황스런 일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묵이 흘렀다.

집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 여는 소리에 거실에서부터 미끄러지듯이 뛰어오던 루스의 소리도, 모습도 거기엔 없었다.

루스는 떠났다. 새 가족의 품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못해준 기억들이 떠올랐다. 임보하는 입장으로서 더 많이 사랑과 정성을 줬어야 했는데 턱 없이 부족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밖에 안나왔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는 법을 익혔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간식을 줬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숨이 벅차오를 때까지 소리 내서 울었고 남편은 말 없이 나를 토닥여 줬다.


강아지가 좋아서, 강아지한테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하고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임보 자원봉사를 신청한 나를 잠시 원망했다. 이별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었다.

눈물을 다 쏟아낸 뒤 감정은 진정되었고 그 뒤로 딱 한번 더 울고, 우는 건 일단 멈췄다.

울면서 임보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을 자책하긴 했지만, 감정이 진정된 뒤 생각해보면 내가 얻은 점이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이 자원봉사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했다.

첫 번째 손님 루스를 입양 보낸뒤 느낀 이 모든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임과 동시에
익숙해지지 않을 이 이별을, 나는 계속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