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기견 임보하기

일본 유기견 임보: 세 번째 손님 - 티티 (1124~1227)

푸딩러 2021. 11. 25. 16:30

두 번째 손님인 넛츠가 우리집에서 3밤을 보내고, 4일째 되던 날 느지막한 점심 시간쯤, 티티가 도착했다.
크레이지 넛츠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https://i-pudding.tistory.com/82

일본 유기견 임보: 두 번째 손님 - 넛츠 (1121~)

첫 번째 손님 루스를 입양 보내고 느리게만 흘러가는 것같은 시간 속에서 지내고 있다가, 들뜬 마음으로 두 번째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https://i-pudding.tistory.com/81 임보 자원봉사: 다음 손님이

i-pudding.tistory.com


티티는 웰시코기 MIX라고 하는데, 갈색과 흰색이 적절히 섞인 털색. 웰시코기 특유의 통통함과 뒤뚱거림, 삼각형 귀 등 귀여운 외모는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눈도 똥그란 게 아주 미인상이다. 쌍커풀도 있는 거 같다!

성격도 새침떼기에 차분하고 어른스럽다. 나이가 11살 추정이라 이미 어른, 아니 노령견이긴 하지만. 나이값하는 강아지.

평소 SNS에서만 보던 통통한 웰시코기 인기견들을 보다가 티티를 직접 보니 내심 기쁘고 신기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워낙 새침떼기 티티양이라 애교 부리거나 이쁨받고 싶어하는, 사람한테 들러붙는 타입은 아니다. 자기 귀여운 거 잘 알고 있는 거 같고, 견생은 3회차 정도 되는 듯한 노련미도 흘러넘친다.

문제는 당분간 같이 생활해야할 우리집 크레이지 넛츠의 성격이 너무 똥꼬발랄하다는 점인데, 첫만남때는 티티누나한테 많이 혼났다. 새 강아지를 집에 들일 때는 먼저 밖에서 만나서 인사한 뒤에 데리고 오는 게 좋다고 배워서 티티 도착 첫 날, 넛츠를 밖에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담당자님께서 데리고 오신 티티를 공원으로 불러, 서로 인사 시켰다. 담당자님 말로는 티티가 엉덩이 냄새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누가 자기 엉덩이 냄새를 집요하게 맡으면 화낸다. 그걸 알 리가 없는 넛츠는 반갑다고 티티 엉덩이에 코를 파묻고 컹컹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게 티티 누나 성질을 긁었다. 목소리가 굵직한 티티누나, 한 번 싸납게 "왕!"하고 지르니 넛츠가 깨갱되며 뒤로 물러난다.

잠깐 뒤로 물러났지만 넛츠는 혼난 것도 까먹고 다시 티티 주변을 어정쩡대다가 몇 번 더 혼났고, 그 뒤 집으로 둘다 데리고 들어왔다.


1시간 정도 지나니 둘이서 놀게 되었고, 쉬는 공간이나 밥 그릇 등은 분리해주었다.

첫날이어서 그런지 평소 배변 잘 가리던 넛츠가 영역 표시를 민감하게 하기 시작해서 온 집안이 오줌밭이 되어버렸기에 급히 기저귀를 채워줬다.

티티는 노령견이라 화장실 구분을 전혀 못한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기저귀를 채웠다.

넛츠와 마찬가지로 티티도 오키나와에서 온 유기견인데 넛츠와 다르게 원래 주인은 명확하다 한다. 어떤 노부부였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티티를 아무도 돌봐주지 않게 되었다 한다. (치매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티티는 뒷마당에 목줄에 묶인 채로, 방치된 채 쭉 지냈던 거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지내긴 했지만 사실상 유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발견한 이웃들이 구조 요청을 해서 넘어오게 되었다 한다.

그런 힘든 경험을 하고도 다시 사람을 좋아해주고, 차분하고 점잖은 성격으로 대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티티에게도 좋은 가족이 나타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