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기견 임보하기

일본 유기견 임보: 네 번째 손님 - 시나몬 (1218~1227 / 0102~ )

푸딩러 2021. 12. 21. 19:20

2021년 12월 18일, 우리집에 네 번째 손님이 왔다.

 

 

일본 유기견 임보: 첫 번째 손님 - 번식 은퇴견 루스(0929~1107)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간단한 심사를 거쳐 일주일 정도 뒤, 유기견 보호 단체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키나와에서 구조한 번식 은퇴견이 있는데 보호 가능하냐는 연락. 당연히 예쓰를 외쳤

i-pudding.tistory.com

 

일본 유기견 임보: 두 번째 손님 - 넛츠 (1121~1203)

첫 번째 손님 루스를 입양 보내고 느리게만 흘러가는 것같은 시간 속에서 지내고 있다가, 들뜬 마음으로 두 번째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https://i-pudding.tistory.com/81 임보 자원봉사: 다음 손님이

i-pudding.tistory.com

 

일본 유기견 임보: 세 번째 손님 - 티티 (1124~)

두 번째 손님인 넛츠가 우리집에서 3밤을 보내고, 4일째 되던 날 느지막한 점심 시간쯤, 티티가 도착했다. 크레이지 넛츠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https://i-pudding.tistory.com/82 일본 유기견 임보:

i-pudding.tistory.com

 

이름은 시나몬. 시나몬쨩이다. 내가 지은 이름인데 담당자님께서 흔쾌히 받아들여주셔서 SNS에도 시나몬쨩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런데 루스, 넛츠, 티티.. 점점 임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느낌. 나는 아직 강아지에 대해서 모르는 점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렇게 덥석덥석 맡아도 괜찮겠나 싶다. 

 

첫 번째 루스는 3kg대의 소형견, 번식 은퇴견이어서 철장 밖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온순하고 겁이 많고 산책도 안 좋아했다. 배변시트는 실수도 많이 했지만 잘 가려주는 편이었다. 베이비 스텝을 함께 떼나간다는 느낌으로 찬찬히 흘러가는 돌봄이었다.

 

두 번째 넛츠는 6.5kg전후 소형견. 길에서 발견된 스트릿 출신인데 아주 영리했다. 주체 못할 정도의 에너지와 함께 뛰고 노느라 나는 뻗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있었다. 어린 강아지답게 활발했다.

 

세 번째 티티는 7.5kg전후 소형견(?) 집 밖에서 묶여서 키워진 (거의 방치된) 것을 구조. 그래서 배변은 전혀 못 가리지만 산책을 아주 좋아하고(특: 풀 뜯어먹는 거 좋아해서 자주 들킴) 한 성격한다.. 넛츠랑 티티가 같이 지냈을 때 넛츠한테 자주 화냄.

 

넛츠+티티 조합이 가장 어려웠는데, 난이도가 올라가는 건 여기까지인줄 알았다......

 

그리고 이직, 이사 등..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져서 임보에 백퍼센트 열과 성을 쏟는 것도 조금 버거운 상태. 남편한테는 '자원봉사'니 무리해서 할 필요 없고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각설하고, 담당자님께 티티가 있지만 +1마리 더 부탁할 수 없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심지어 그 +1마리는, 중형견으로 12kg정도. 중형견을 맡아줄 임보 자원봉사자 분들이 안계셔서 곤란해하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일주일만이라도 맡아준다면 그 사이에 다른 임보처를 찾아보겠다며 부탁을 해오셔서 승낙을 했다.

 

그래서 티티+시나몬이 우리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시나몬은 오키나와에서 이동봉사자를 통해 도착했고, 공항에서 픽업 후 켄넬에 들어간 상태 그대로 우리집에 왔다. 양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켄넬 속에서 시나몬은 나를 응시하며 긴장한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참 순한 아이구나.. 첫 날엔 적응을 위해 노터치. 켄넬 문만 열어두고 스스로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새 친구 왔나 싶어서 티티는 궁금한지 이리저리 냄새 맡고 기웃기웃. 시나몬도 티티가 궁금했는지 1시간 정도 뒤에 냄새를 열심히 맡으며 켄넬 밖으로 나와줬다.

 

시나몬은 담당자님 설명대로 정말 컸다! 

여기서 또 다시 느끼는 우리집의 좁은 면적.. 강아지 두 마리와 인간 두 명이 살기엔 비좁다..

 

거기다 티티에 지지 않을만큼의.. 아니 그 이상의 털 뿜뿜.. 털을 빗어줘도 걸어다니면 털뭉치가 막 떨어지는 정도. 견종은 모르겠다. 여러 강아지 특징이 섞여있는 외모를 봐선 믹스견인것같다.

 

덩치와는 다르게 정말 순하고 초반 몇시간만 낯가림을 하다가 조금 적응하니 바로 어리광을 부리는 귀염둥이다. 

무엇보다 티티가 한 성격하니까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티티가 날뛰며 건드려도 달려들거나 짖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그렇다고 먼저 치근덕대거나 하지도 않아서 티티도 자연스레 얌전해졌다. 보호자가 딱히 알려주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눈치가 빠르고 온순하다니 놀랬다. 원래 천성이 이런건지 아니면 과거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건지..

 

넛츠랑 약간 비슷한 게, 눈치가 빠른것도 빠른거지만 또 기본적인 교육이 되어있는 듯하다. 

 

담당자님이 애매~하게, 좀처럼 시나몬이 갈 다음 임보처가 정해지지 않는다 하셔서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일주일동안 열과 성을 다해 잘해줘야지!!

 

**이게 당황스러운 이유가, 일본이 다다음주부터 연말연시 라고 한국 설연휴 처럼 길게 쉬는 명절기간이라. 이 때 남편이랑 같이 남편 고향 돌아가야 하는데 (비행기로 2시간거리)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곤란하다.